사람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라
사람은 무엇으로 변화하는가? 누군가의 충고 때문일까, 잘못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마주했기 때문일까?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1870)의 『크리스마스 캐럴(A Christmas Carol)』은 한 구두쇠의 변화를 통해 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크리스마스마다 세계 곳곳에서 읽히는 이 이야기는 단순히 나눔과 자선을 권하는 소설이 아니다. 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지, 그리고 그 깨달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을 향한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디킨스가 이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삶이 있었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것
1812년 영국에서 태어난 디킨스는 어린 시절부터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했다. 아버지가 빚 문제로 감옥에 갇히면서 가족의 형편은 급격히 나빠졌고, 열두 살 무렵에는 구두약 공장에서 일해야 했다. 어린 나이에 경험한 가난과 노동은 그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훗날 작가가 된 디킨스는 자신의 고통을 개인적인 기억으로만 남겨 두지 않았다. 『올리버 트위스트』와 『데이비드 코퍼필드』 등의 작품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 고아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삶을 세상에 드러냈다. 그는 사람들이 쉽게 외면하는 이들의 고통을 이야기로 만들어 독자들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고통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가? 눈앞에 드러난 행동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가?
디킨스의 작품은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것은 코칭 리더십에서도 중요한 출발점이다. 상대방을 성급하게 평가하기보다 그가 어떤 경험을 해왔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왜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그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필요한 이유와 가능성을 더 정확하게 발견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인간 이해는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스크루지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스크루지는 정말 변할 수 없는 사람인가?
에비니저 스크루지(Ebenezer Scrooge)는 돈밖에 모르는 냉혹한 구두쇠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크리스마스를 즐기려는 사람들까지 어리석게 여긴다. 직원에게는 인색하고 조카에게는 차갑다. 그에게 세상은 나눔과 관계의 공간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고 더 많은 것을 축적해야 하는 곳이다.
사람들은 이런 스크루지를 보며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기적인 사람, 정이 없는 사람, 도무지 바뀔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디킨스는 스크루지를 단순히 비난하는 데서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자신의 삶을 돌아볼 기회를 갖도록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크리스마스이브,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동업자 제이콥 말리(Jacob Marley)의 유령이 스크루지를 찾아온다. 말리는 자신처럼 탐욕스럽게 살았던 스크루지에게 경고하며, 세 명의 크리스마스 유령이 찾아올 것이라고 알려준다.
첫 번째 유령은 과거를 보여준다. 외로웠던 어린 시절과 사랑했던 사람을 잃어버린 순간, 그리고 돈을 추구하면서 점차 관계보다 재산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한다. 스크루지는 자신이 왜 지금과 같은 사람이 되었는지,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을 포기했는지 돌아보기 시작한다.
두 번째 유령은 현재를 보여준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서로를 사랑하는 직원 밥 크래칫(Bob Cratchit)의 가족, 어린 팀(Tiny Tim)의 순수함, 그리고 자신에게 냉대를 받으면서도 관계를 이어 가려는 조카 프레드(Fred)의 모습을 지켜본다. 스크루지가 무가치하게 여겼던 사랑과 기쁨이 다른 사람들의 삶에서는 소중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발견한다.
마지막 유령은 미래를 보여준다. 자신이 죽은 뒤에도 아무도 진심으로 슬퍼하지 않는 모습, 재산이 다른 사람들의 욕심을 채우는 데 사용되는 모습, 그리고 밥 크래칫의 가족이 어린 팀을 잃을 수 있는 슬픈 미래를 목격한다. 스크루지는 비로소 지금의 삶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깨닫는다.
세 유령은 스크루지에게 새로운 인생을 대신 살아 주지 않는다. 그저 그가 외면해 왔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향하고 있는 미래를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그 만남은 스크루지가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어 놓는다.
누군가를 변화시키려면 먼저 그 사람이 자기 자신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은 아닐까?

변화의 가능성을 믿는 리더
스크루지의 변화에서 주목할 부분은 누군가의 일방적인 훈계가 그를 바꾸었다기보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의미와 결과를 직접 마주한 경험이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코칭과도 연결된다. 코치는 상대방에게 정답을 대신 제시하거나 자신의 기준에 맞춰 사람을 바꾸려는 사람이 아니다. 질문과 경청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을 살펴보고,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물론 깨달음만으로 변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 깨달음이 구체적인 행동과 책임 있는 선택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삶의 변화가 시작된다.
작품 속 프레드의 태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스크루지는 그에게 차가운 말과 무례한 태도를 보이지만, 프레드는 삼촌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삼촌의 행동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관계의 문을 열어 둔다. 스크루지를 현재의 모습만으로 규정하지 않고, 함께 기쁨을 나눌 가능성을 남겨 둔 것이다.
리더에게도 이러한 태도가 필요하다. 사람의 부족함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만으로 그 사람을 정의하지 않는 것이다. 잘못을 바로잡되 그 사람의 가능성까지 부정하지 않고, 변화를 강요하기보다 변화할 수 있는 관계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함께 일하는 사람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데 더 익숙한가, 아니면 그 사람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돕는 데 더 익숙한가? 나의 말과 행동은 사람을 위축시키고 있는가, 아니면 스스로 생각하고 성장하도록 이끌고 있는가?
GCLA가 추구하는 코칭 리더십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사람을 단순히 관리하고 통제하는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성장할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것이다.
한 사람의 변화가 다른 사람의 삶을 바꾼다
유령들과의 만남을 마친 스크루지는 이전과는 다른 삶을 선택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밥 크래칫의 가족을 돌보며, 조카 프레드와의 관계를 회복한다. 어린 팀 역시 스크루지의 도움으로 살아남는다. 그의 변화는 마음속의 후회에 머물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삶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친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도 여기에 있다. 가진 것을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는 삶에서 벗어나 이웃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의 고통에 응답하며, 함께 살아가는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다.
이 메시지는 오늘날의 리더십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리더의 성장은 자신의 능력을 높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이 변화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그 관계를 통해 또 다른 사람의 성장이 가능해질 때 리더십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한 사람을 세운다는 것은 그 사람을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가 스스로 생각하고 책임 있게 선택하며, 또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이것이 코칭 리더십이 개인의 변화를 넘어 공동체의 변화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오래된 이야기지만,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남긴다.
나는 지금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지키려고 애쓰는 것들 가운데 정작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없는가? 그리고 나의 리더십은 다른 사람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가?
변화는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먼저 요구하기 쉽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십은 자신을 돌아보는 데서 시작된다. 내가 먼저 달라질 때, 내가 만나는 사람과 내가 속한 공동체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그것이 『크리스마스 캐럴』이 오늘의 리더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며, 우리가 이 이야기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다.
*글쓴이: 줄리아 김 코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