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미래와 소그룹 리더, 그리고 Builder의 사명
어제, 소그룹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서 모였던 서천 청소년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 다녀왔다. 단순히 소그룹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배우는 자리가아니었다. 40일간의 성경 묵상과 코칭 리더십 훈련을 통해 사람을 세우고, 그렇게 세워진 사람들 이 다시 다른 사람을세우는 Builder를 양성하기 위한 자리였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며, 누가 그 교회를 세워 갈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목회 전략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교회의 본질에 관한 질문이며, 우리가 다음 세대에 어떤 신앙 공동체를 물려줄 것인가에 관한 질문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1. 한국교회의 위기는 숫자의 감소보다 본질의 약화에 있다
한국교회가 마주한 현실을 단순히 교인 수의 감소나 다음 세대의 이탈이라는 현상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 이면에는 사회와 인간의 변화, 공동체에 대한 인식의 변화, 그리고 신앙을 경험하고 표현하는 방식의 변화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AI의 발전은 사람들이 정보를 얻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교회가 제공하던 정보와 지식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누구나 언제든지 방대한 정보와 정교한 답변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질문해야 한다.
사람들이 AI에게서 답을 얻을 수 있는 시대에, 교회는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가?
설교를 듣고 성경 지식을 배우는 것만으로 교회의 존재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까? 교회가 세상의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서비스를 운영하고, 사람들을 모으는 일에만 집중한다면 과연 미래에도 그 고유한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
교회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을 하나님 앞에 세우고, 서로의 삶을 나누며, 믿음 안에서 함께 성장하도록 돕는 능력이다. 정보는 전달될 수 있지만 삶의 변화는 정보의 전달만으로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앙은 설명을 듣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말씀을 자신의 삶에 비추어 묵상하고, 공동체 안에서 질문하고,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실제적인 순종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삶의 일부가 된다.
한국교회의 위기는 교회에 사람이 줄어든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성장하고 제자로 세워지는 과정이 약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교회의 회복을 논할 때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모을 것인가만 물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한 사람을 온전한 신앙인으로 세우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세우도록 도울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2. 미래의 교회는 더 작아질 수 있지만, 더 깊어져야 한다
앞으로의 교회가 반드시 하나의 형태로 변화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형교회도 존재할 것이고, 전통적인 지역교회도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주목해야 할 변화가 있다. 사람들의 필요와 관심이 다양해지고, 일방적인 가르침이나 획일적인 프로그램만으로는 충분히 응답하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작은 교회와 소그룹 공동체는 새로운 가능성을 가질 것이다. 작은 공동체의 강점은 규모 그 자체에 있지 않다. 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삶의 어려움을 함께 짊어지고, 신앙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돌볼 수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대규모 집회에서는 수천 명이 함께 예배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고 각자의 삶을 지속적으로 동행하기는 어렵다. 반면 건강한 소그룹에서는 한 사람의 질문이 묻히지 않고, 한 사람의 아픔이 외면되지 않으며, 한 사람의 변화가 공동체 전체의 기쁨이 될 수 있다.
물론 작은 공동체라고 해서 저절로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리더십은 작은 공동체 안에서도 상처와 갈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친밀함이 통제로 변하거나, 공동체의 결속이 배타성으로 변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미래 교회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교회의 규모를 줄이는 일이 아니다. 작은 공동체 안에서 사람을 세우고, 서로를 돌보며, 말씀을 삶으로 살아 내도록 돕는 리더십을 회복하는 일이다.
교회의 미래는 건물의 크기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하나님을 경험하고, 성숙한 제자로 자라며, 또 다른 사람을 섬기는가에 의해서도 결정될 것이다.
3. 교회의 미래를 바꾸는 사람, Builder
이러한 관점에서 소그룹 리더 양성은 단순한 봉사자 교육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세워야 할 리더는 모임을 관리하는 사람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성경 공부를 진행하고, 출석을 확인하고, 구성원에게 지시하는 사람만으로는 미래 교회의 요구에 충분히 응답하기 어렵다.
우리가 양성해야 할 사람은 다른 사람의 믿음과 성장을 돕는 사람이다. 나는 이러한 리더를 Builder라고 부르고 싶다. Builder는 사람을 자기 뜻대로 바꾸려는 사람이 아니다. 이미 하나님께서 각 사람 안에 두신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가능성이 믿음 안에서 자라도록 돕는 사람이다.
Builder는 답을 독점하지 않는다. 질문하고 경청한다. 성경 말씀을 함께 묵상하며, 그 말씀이 각자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발견하도록 돕는다. 누군가 넘어졌을 때 정죄하기보다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곁을 지킨다.
이것은 리더십의 중심을 바꾸는 일이다. 리더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사람들을 따라오게 하는 방식에서, 구성원들이 스스로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믿음으로 행동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강의 자료에서 다룬 코칭 리더십 역시 이 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가능성을 좋은 질문과 대화를 통해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삭개오를 만나셨을 때에도 단순히 그의 잘못을 지적하는 데 머무르지 않으셨다. 먼저 그를 바라보시고, 그의 삶에 들어가셨으며, 그 만남은 삭개오의 삶에 새로운 방향을 열어 주었다.
복음은 사람의 행동을 교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해 사람이 자신의 삶을 새롭게 이해하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게 하는 능력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Builder는 사람을 대신해 인생을 살아 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하나님 안에서 자신의 삶을 새롭게 살아가도록 돕는 사람이다. 그리고 진정한 Builder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을 만드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자신 없이도 다른 사람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을 길러 낸다.
한 명의 리더가 다섯 명을 돌보고, 그중 몇 사람이 다시 다른 사람을 세우며, 그 과정이 반복된다면 공동체는 특정한 한 사람의 역량에만 의존하지 않게 된다. 리더십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구조에서 여러 사람에게 분산되고 계승되는 구조로 발전할 수 있다. 이것이 소그룹 리더 양성이 교회의 미래와 연결되는 이유다.

4. 왜 성경 묵상과 코칭 리더십 훈련인가?
강사의 한 명으로 나선 브링업 인터네셔널 대표인 신승철 선교사는 성경 묵상의 시간이 단순히 교육 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기간으로만 이해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오히려 성경을 묵상하고,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며, 리더로서의 태도를 훈련하는 집중적인 여정이라고 강조하였다.
물론 성경묵상 훈련이 사람을 완성된 리더로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말씀과 삶을 연결하며, 지속적인 성장의 출발점을 마련할 수는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가르쳤는가만이 아니라 무엇이 달라졌는가이다. 성경을 읽었는가를 넘어 말씀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았는가? 코칭리더십을 배웠는가를 넘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을 수 있게 되었는가? 코칭 기법을 익혔는가를 넘어 상대방을 내 뜻대로 움직이려는 마음에서 벗어나 그 사람의 가능성을 존중하게 되었는가? 소그룹을 운영할 수 있는가를 넘어 한 사람의 영적 성장을 책임 있게 동행할 준비가 되었는가? 이러한 질문들이 훈련 과정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성경 묵상은 리더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을 제공하고, 코칭리더십 훈련은 그 말씀을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실천하도록 돕는다. 여기에 실제 소그룹 사역과 지속적인 코칭이 더해질 때 훈련은 일회성 교육을 넘어 삶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므로 소그룹 리더를 양성하려는 계획은 단순히 리더를 배출하는 과정이 아니라, 말씀으로 자신을 세우고 다른 사람을 세우는 삶의 방식을 배우는 과정이어야 한다.

5. 교회를 방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세우는 것이다
교회의 위기를 말할 때 우리는 흔히 외부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세속화, 개인주의, 기술의 발전, 다음 세대의 이탈 등은 분명 교회가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현실이다.
그러나 외부의 위협을 분석하는 것만으로 교회가 회복되지는 않는다. 교회가 스스로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지 묻지 않는다면, 아무리 시대를 분석해도 대안은 표면적인 대응에 머물 수 있다.
나는 교회를 방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교회의 문을 닫고 변화를 막는 데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어떤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을 신앙의 토대를 사람들의 삶 속에 세우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를 지키는 것은 건물만이 아니다. 프로그램만도 아니다. 목회자 한 사람의 헌신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말씀을 붙들고 살아가는 성도,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공동체, 다음 세대에게 신앙을 전수하는 가정,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을 세우는 리더들이 교회의 살아 있는 토대가 된다.
교회가 이러한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세워 낸다면, 공동체의 외형이 달라지더라도 복음의 생명력은 계속해서 전해질 수 있다.
물론 소그룹과 Builder가 한국교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의 대안은 아니다. 건강한 교회에는 바른 말씀의 선포와 예배, 목회적 돌봄, 공동체적 책임, 지역사회를 향한 섬김이 함께 필요하다.
그러나 소그룹 리더를 세우는 일은 이러한 본질이 실제 사람들의 삶에 뿌리내리도록 돕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 교회의 위기를 방어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위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고 다른 사람을 세울 수 있는 사람들을 준비하는 것이다.

6. 미래의 교회는 오늘 세우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다
미래의 교회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오늘 우리가 어떤 사람을 양성하고, 어떤 공동체를 만들며, 무엇을 다음 세대에 전수하는가에 따라 조금씩 그 모습이 결정된다.
지금까지 교회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모았는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그 사람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세울 수 있는가도 중요하게 물어야 한다.
한 사람의 신앙이 다른 한 사람의 회복으로 이어지고, 한 소그룹의 변화가 지역 공동체의 변화로 확장되며, 한 교회에서 시작된 리더십의 훈련이 다른 교회와 지역으로 전해진다면, 그 영향력은 단순한 모임의 숫자를 넘어설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거대한 조직이나 막대한 자원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을 진심으로 바라보는 리더, 말씀을 함께 묵상하는 작은 공동체, 그리고 다른 사람을 세우기로 결단하는 한 명의 Builder에게서 시작될 수 있다.
예수님께서 제자를 부르시고, 함께하셨으며, 다시 세상으로 보내셨던 것처럼 교회 역시 사람을 모으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사람을 세워 보내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 교회는 단지 작아진 교회가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믿음이 깊어지고, 서로를 돌보는 관계가 살아 있으며, 평신도들이 자신의 은사와 소명에 따라 다른 사람을 세우는 교회다. 그리고 그러한 교회는 누군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교회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하는 교회일 것이다.

무너지는 시대에 세워야 할 사람들
어제의 세미나는 내게 다시 한 번 중요한 사실을 생각하게 했다. 교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과 미래의 교회를 준비하는 것은 다르다. 위기를 분석하는 것과 위기를 넘어설 사람을 세우는 것도 다르다.
우리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을 진단하는 데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말씀으로 사람을 세우며, 그 사람이 다시 다른 사람을 세우도록 돕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
40일간의 성경 묵상과 코칭리더십 훈련을 통해 Builder를 양성하려는 시도는 바로 그 실천의 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나는 앞으로 교회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단순히 대형교회와 작은 교회 중 어느 쪽이 살아남을 것인가를 묻고 싶지 않다.
오히려 이렇게 묻고 싶다.
“우리 교회에는 다른 사람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오늘 세워진 한 사람은 내일 또 다른 사람을 세울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이 질문은 결국 우리 자신을 향한다. 나는 지금 사람을 모으고 있는가, 아니면 사람을 세우고 있는가? 나는 다른 사람을 내 방식대로 이끌고 있는가, 아니면 그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발견하도록 돕고 있는가?
교회의 미래는 단지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데 달려 있지 않다. 사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달라지고, 리더십의 방식이 달라지며, 한 사람을 세우는 일이 교회의 핵심 사명으로 회복되는 데 달려 있다.
건물은 교회의 공간을 제공하지만, 사람은 교회의 미래를 세운다.
무너져 가는 교회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다. 복음 위에 다시 사람을 세우는 것이다. 한 사람을 세우고, 그 사람이 또 한 사람을 세우게 하라. 그렇게 세워진 사람들이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그 공동체들이 서로 연결되어 복음의 생명을 전하게 하라. 그것이 우리가 준비해야 할 미래 교회의 한 모습이며, 오늘 우리가 시작해야 할 Builder의 사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