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붉은 땅에서
우간다 캄팔라 외곽의 한 신학대학원, 소박한 세미나실의 벽에는 낡은 창문들이 있었다. 그날, 동아프리카 각지에서 모인 목회자들이 이곳에 모였다. 탄자니아에서 온 사역자들, 남수단 국경 지대에서 사역하는 젊은 교회 개척자들, 그리고우간다 농촌 마을을 지키는 중년의 목회자들까지—이들은 모두 이곳 신학대학원의 특강인 코칭리더십 훈련에 참석한 이들이었다. 대체로는 신학대학을 나온 사역자들이었고, 일부는 정규 신학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도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성경과기도, 그리고 공동체를 향한 책임감 하나로 오랜 시간을 걸어온 이들임을 알 수 있었다. 비록 그들의 얼굴에는 삶의 주름이 깊게 새겨져 있고, 옷은 낡았지만, 그들의 눈빛은 강의실 벽보다도 단단해 보였다.
이 날 나는 ‘영적 리더십과 코칭’이라는 주제로 강의안을 준비해 갔다. 시스템적 접근, 핵심 역량 정리, 비전 매핑… 그러나 그날 강의 첫 시작부터 마음이 멈췄다. 이들에게 ‘리더십 전략이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것이, 마치 허기진 이들에게 식탁 매너를 묻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준비해 온 책을 잠시 덮고, 깊은 숨을 내쉰 후 조용히 말했다. “당신은 마지막 날에 하나님께 무엇을 말하고싶습니까?” 순간, 그 강의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팬소리도 멈췄고, 바깥 나무에서 들려오던 새소리만이 공간을 가볍게 채웠다.말없이 고개를 숙인 이들 사이로, 한 목회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남수단 출신이었던 그는 내전으로 친한 친구들을 잃었고,그 후로 교회 사역을 위해서만 살아온 사역자라고 하였다. 그의 천천히 답변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울림이 있었다.
“언젠가 그분 앞에 조용히 서 있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어떤 전략도, 커리큘럼도, 그 한 줄 앞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 목회자의 고백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쟁과 상실, 굶주림과 기도, 그리고 하루하루를 버텨낸 영혼의 고백이었다.
그날 나는 세미나의 메인 강사가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와 함께 한 명의 제자가 되었다. 말이 멈춘 자리,그 침묵 속에서 하나님은 그분의 존재를 더 진하게 드러내셨다. 그날 이후 나는 자신있게 말한다. “진정한 코칭은 대답을 주는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음성이 들릴 때까지 함께 기다리는 것”이라고. 이렇게 그날의 사역은 더 이상 ‘앞서가는 리더십’이 아니었다. 오히려 ‘함께 서 있는 리더십’ 혹은 ‘뒤에 남아 기다리는 리더십’으로 바뀌었다. 그 교실에서 던져진 질문 하나가, 어떠한 커리큘럼보다 오래 남았고,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외관은 낡았지만, 그날 그 공간은 하나님의 임재로 가장 거룩한 성소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