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통한 인생의 회복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던 어느 날. 낮 동안 내리쬐던 강한 햇살도 숨을 고르고, 눈앞을 가리며 흐르던 땀방울은 식어 차가운 공기에 닿았던 기억이 남아있다. 졸음이 밀려오는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오늘 하루 내게 맡겨졌던 사역을 조용히 되짚었다.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다. ‘질문은 언제부터 나에게 사명이 되었을까?’

            언젠가부터 질문은 단순한 말의 형태에 머물지 않았다. 때로는 질문을 던지는 나의 내면을 먼저 흔들어놓기도 했다.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묻는 자의 정직함을 요구하고, 깊은 책임을 동반하기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질문하는 것이 종종 두렵기만 했다. “내가 묻는 그 말을 나 스스로는 지키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질문을 선택하게 된 것은 어느 날 코칭이라는 리더십의 언어 안에서 ‘질문이 곧 회복의 문’이라는 사실을 마주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바로 코칭이 내게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던지는 한마디 질문이 그의 삶의 방향을 바꾸고, 멈춰 있던 길을 다시 걷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질문은 상대방에게 보내는 초대장과 같다. 상대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조심스러운 걸음이며, 동시에 그를진실하게 바라보는 사랑의 방식인 것이다. 코칭에서 말하는 질문은 단순한 정보 수집이나 확인의 절차가 아닌,곧 신뢰의 언어요 회복의 열쇠인 것이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먼저 상대를 향한 깊은 사랑을 품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또한 상대 역시 질문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신뢰를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둘이 만나게 될 때, 삶의 전환점이 일어난다. 그것은 단지 이론이 아니라, 내 눈앞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앞서 만난 장의사와의 대화에서, 또 진로를 고민하던 한청년과의 코칭 장면에서, 그 외에 여러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나는 질문이 사람을 일으키는 장면을 보았다. 그리고 그 질문은 어느새 나에게도 되돌아왔다.
 


성경 속에 나오는 수많은 질문들

            성경을 보면,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하신 수많은 질문들이 나온다. 그 질문들은 단순히 대답을 원해서 던진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질문을 통해 상대가 자신의 상태를 정직하게 마주하게 하고, 다시 회복과 사명의자리로 이끄는 하나님의 손짓이었다.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 (창3)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창 4)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 (창 16, 하갈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 (창 32, 야곱에게)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왕상 19, 엘리야에게)
“여자여, 어찌하여 울며 누구를 찾느냐?” (요 20, 마리아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요 21, 시몬에게)
“어찌하여 나를 핍박하느냐?” (행 9, 사울에게)

 
            이러한 질문들은 누구나 쉽게 던질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심오한 질문 자체가 죄책감을 건드리고, 도망치고 싶은 과거를 끌어올리며, 부인하고 싶은 본질과 마주하게 하는 능력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깊은 질문을 통과한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삶이 열렸음을 깨달았다. 이는 회복과 부르심, 용서와 사명이 그 질문 뒤에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칭에 점점 집중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즉 질문은 ‘지혜로운 침묵’ 속에서 준비되어야 하며, 결코 가볍게 던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피코치의 삶 깊숙이 들어갈수록 질문은 조심스러워야 하고, 동시에 더 본질적이어야 한다. 회피하고 싶은 질문을 피하지 않을 때, 하나님은 그 질문을 통해 직접 일하시기 시작한다는것이다. 이렇게 보면,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내가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이 담긴 질문이라는 사실이다.

            질문을 던진다고 해서 다 질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생명을 살리는 질문,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직접하신 그 질문들은 모두 인생의 깊은 뿌리를 건드렸다. 그러한 질문 앞에 선 모든 사람들은 다 무너졌고, 동시에다시 일어섰다. 나도 같은 경험을 했다. 질문을 선택하면서, 나는 다시 목회의 본질로 돌아가고 있었다. 답을 주는 자리에서 내려와 함께 묻고, 함께 기다리는 자리로. 그 자리는 전혀 무기력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님의 능력이 가장 깊게 일하시는 자리였음을 알게 되었다.

            질문은 인생의 본질을 건드린다. 그러나 질문하는 자의 의도가 불분명하거나, 피코치가 그 질문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질문은 늘 기도로 준비되어야 하고, 하나님 앞에서 먼저 정직하게 다듬어져야 한다. 마음이 가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떤 질문도 할 수 없음을 나는 이미 안다. 질문은 사랑이며, 책임이고, 성령의 도우심 없이는 결코 완성될 수 없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밤을 새워 기도하며, 어떤 질문이 사람을 일으키고 하나님께로 향하게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그 질문은 앞으로 내가 걸어갈 사역의 길 위에서 수없이 던지게 될 것이다. 때로는 울면서, 때로는 침묵 속에서. 그러나 나는 확신한다. 하나님의 마음이 담긴 질문은 반드시 사람을회복시키고, 다시 사명의 길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왜냐하면, 질문은 내가 선택한 길이 아니라 하나님이 내게맡기신 사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질문하는 일을 더 이상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말로 사람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기도로질문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다.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함께 품는 이로, 정답을 말하기보다 하나님의 시선을 따라 걷는 동행자로 걷고 싶다. 왜냐하면, 질문은 곧 하나님의 방식이고, 그분의 사랑이기때문이다. 내가 이 길을 걷는 동안 하나님께서 계속해서 내 입술에 질문을 허락하시기를, 그 질문이 누군가의닫힌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되기를, 그리고 그 열쇠가 결국 하나님을 다시 만나게 하는 도구가 되기를 몹시도 소망한다.

from 세종 지부 그레이스 강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