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세상의 무대에서 내려와 자신의 내면으로 향했던 리더, 헨리 나우웬(Henri Nouwen). 그는 질문을 통해 영혼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대중적인 명성과 학문적 권위로 인정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는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내면의 질문 앞에 멈추었다. 그 물음은 단순한 자기소개를 위한 질문이 아니었다. 존재의 뿌리를 다시 묻는 물음이었다.
그의 여정은 라르쉬 공동체(L'Arche Community)에서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그는 그곳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살며, 자신이 가진 리더십의 형태를 바꾸어야 함을 체감했다. 그동안 이끌고 가르치던 리더가 아니라, 함께 울고 웃으며 옆에 있어 주는 리더. 그곳에서 그는 리더십이란 ‘질문을 함께 견디는 동행’임을 배웠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하나님 앞에서 붙들어야 할 정체성이 무엇인지, 날마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는 강한 리더가 아니었다. 하지만 깊은 리더였다. 그는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기보다, 함께 길을 찾아가는 사람이었다. 코칭이라는 언어가 대중화되기 전이었지만, 그가 던진 질문은 코칭적 리더십의 정수를 보여준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붙들어야 할 진리는 무엇인가?” 그의 글과 강의, 삶의 태도 모두가 그 물음으로 향했다.
질문은 나우웬에게 답을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질문을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믿음의 길이었다. 그는 질문을 통해 사람을 치유했고, 자신도 치유되었다. 나우웬은 누군가의 고통을 마주할 때 먼저 해답을 주기보다, “당신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나요?”라는 질문으로 그들의 마음에 조용히 다가갔다. 그리고 그 마음을 들어주는 것으로 새로운 회복의 시작을 열어주었다.

그의 질문은 소리치지 않았다. 대신 오랫동안 울림을 남겼다.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무대 뒤편에서도, 그의 질문은 살아남았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살아낸 그의 삶은, 오늘날의 리더들에게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우리는 그처럼 묻고, 기다리고, 동행할 수 있을까. 그는 말없이 보여준다. 질문은 리더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우웬의 삶은 우리에게 중요한 한 문장을 남긴다. ‘질문은 진실한 동행의 시작이다.’ 리더는 모든 해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더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 누군가의 정체성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그것은 이미 리더십이다. 나우웬은 그렇게, 질문으로 길을 낸 코치였다.
우리가 남길 유산, 한 줄의 질문
질문으로 세상을 이끈 리더들을 소개한 뒤에 내 안에도 하나의 질문이 깊게 남았다. “나는 내 삶으로 어떤 질문을남기고 있는가?” 질문을 많이 하는 시대, 그러나 정작 살아 있는 질문은 점점 더 희귀해지고 있는 이 시대 속에서, 우리가 다음세대에게 진짜로 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더 좋은 교재일까, 더 정확한 가르침일까, 더 정리된 시스템일까?
물론 그것들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이들의 삶을 통해 분명히 확신하게 배운 것이 있다. 가장 오래 남는 유산은 ‘질문’이라는 것을. 말보다, 지식보다, 훈련보다 오래 남는 한 줄의 질문이 있다는 것. 그것은 누군가의 마음에 조용히 내려와, 어느 날 고요한 밤에 다시 불꽃처럼 살아나는 문장이며, 동시에 그 질문은 한 사람을 무너뜨릴 수도, 다시 일으킬수도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해답을 쏟아내는 시대가 아니라, 다시 질문을 회복하는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해답은 너무 많아 피로하지만, 질문은 여전히 생명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질문은 사람을 서게 하고, 걸어가게 하고, 그 걸음 끝에서 다시 하나님을 만나게 한다.
방송을 하며, 저는 점점 이런 확신을 품게 되었다. 좋은 콘텐츠는 정보를 전달하지만, 좋은 질문은 인생마저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제 방송 원고 맨 아래에 이렇게 적는다. “이 대화가, 당신 안에 질문을 시작하게 하기를.”
그리고 나는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우리 자녀에게, 제자들에게, 성도에게,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어떠한 사람으로기억되고 싶냐고. “너는 지금, 누구의 목소리를 따라 걷고 있니?”, “너 안에 꺼지지 않은 불꽃은 아직 남아 있니?”, “주님은 오늘 너를 어디로 부르고 계시니?” 이런 질문이 바로, 우리가 남길 수 있는 살아 있는 유산이다.
세월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한 줄의 질문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은혜의 시작. 나는 오늘, 그 질문 하나를위해 다시 글을 쓴다. 그리고 조용히 기도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마음 속 깊은 우물에도, 지금 하나님의 질문이 도달하기를원하면서.
